현대 사회에서 건강 문제는 종종 개인의 관리 부족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건강의 중요성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천할 시간과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 글은 왜 건강을 챙기지 못하는 원인을 개인의 무관심이 아니라 사회적 조건의 문제로 바라봐야 하는지 살펴본다.

건강을 ‘알면서도 못 챙기는 상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규칙적인 식사,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정보는 이미 충분히 공유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 지표는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보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 가능성의 문제에 가깝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는 단순한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정한 시간, 예측 가능한 생활 리듬, 에너지의 여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일상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불규칙한 근무 시간, 잦은 야근, 장시간 통근, 다중 역할 수행은 일상의 리듬을 끊임없이 흔든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건강을 챙기는 행동이 ‘기본값’이 아니라, 추가적인 부담으로 인식되기 쉽다. 특히 현대의 노동 환경에서는 여유가 구조적으로 축소된다. 업무 시간은 공식적으로는 관리되지만, 실제로는 업무 외 시간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메시지 확인, 즉각적인 응답 요구, 업무 관련 정보 처리 등은 휴식 시간을 잠식한다. 이로 인해 개인은 쉬고 있는 시간에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 관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 경쟁의 문제가 된다. 당장 처리해야 할 업무와 생계, 사회적 역할 앞에서 건강은 뒤로 밀리기 쉽다. 이때 건강을 챙기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태만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여유가 허용되지 않는 상태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여유의 부족은 건강을 ‘사치’처럼 만든다
건강을 챙기는 행동이 여유 있는 사람들의 선택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도 최근의 특징 중 하나다.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휴식, 균형 잡힌 식사는 점점 더 시간과 비용, 공간을 요구하는 활동이 되었다. 이는 건강이 보편적 권리라기보다, 여건이 되는 사람만 접근할 수 있는 자원처럼 인식되는 현상을 낳는다. 예를 들어 충분한 수면은 개인의 의지로만 확보하기 어렵다. 주거 환경, 소음, 근무 시간, 돌봄 부담 등은 수면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찬가지로 운동 역시 개인의 노력 이전에 접근 가능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건강을 챙기는 행동이 오히려 비현실적인 요구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건강은 점점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건강을 유지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한 사람으로 평가받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건강을 둘러싼 조건의 불평등을 가린다. 여유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건강 관리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건강은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여유의 분배와 밀접하게 연결된 상태가 된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건강을 관리할 기회를 더 많이 갖고, 여유가 없는 사람은 건강을 희생하면서 일상을 유지하게 된다. 이 구조 속에서 건강 격차는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건강 문제를 개인 책임에서 사회적 조건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
건강을 챙길 여유가 없는 사회에서 건강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방식은 설명력을 잃는다. 개인의 선택을 강조하는 담론은 문제의 원인을 단순화할 뿐 아니라, 구조적 개선의 필요성을 흐린다. 건강이 개인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조건의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인식 전환은 건강 정책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건강 정보를 제공하거나 캠페인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생활 조건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가 된다. 노동 시간, 휴식 제도, 주거 환경, 돌봄 부담과 같은 요소는 모두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또한 건강을 사회적 조건의 문제로 바라보는 관점은 개인에게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건강을 완벽하게 관리하지 못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실패자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신의 건강 상태가 어떤 조건 속에서 형성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결국 건강은 개인이 추가로 챙길 수 있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사회가 기본적으로 보장해야 할 조건에 가깝다. 건강을 챙길 여유가 없는 상태가 정상처럼 받아들여지는 사회에서는, 건강 문제는 계속해서 개인의 몫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건강 관리에 대한 조언은 반복되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이루어지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