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특별한 진단을 받지 않았고, 일상생활도 유지하고 있지만 스스로를 건강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명확히 아프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건강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다. 이 글은 왜 이런 상태가 현대 사회에서 보편적인 경험이 되었는지, 그 구조적 배경을 살펴본다.

‘질병이 없음’은 언제부터 건강의 기준이 되었는가
오랫동안 건강은 질병의 반대 개념으로 이해되어 왔다. 특별한 진단명이 없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면 건강한 상태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기준은 의료 체계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의료 시스템은 질병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으며, 질병이 없다는 판단은 곧 정상 상태를 의미했다. 그러나 이 기준은 현대의 건강 문제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검사 결과상으로는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지만, 지속적인 피로감, 무기력, 집중력 저하, 수면의 질 저하를 경험한다. 이들은 의료적으로는 ‘문제 없음’에 해당하지만, 체감적으로는 분명한 불편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태는 기존의 건강 기준에서는 애매한 위치에 놓인다.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 대상이 되지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건강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 결과 이 상태는 종종 개인의 주관적 문제나 일시적인 컨디션 저하로 축소된다. 문제는 이러한 경험이 더 이상 예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아프지 않지만 건강하지도 않은 상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되고 있다. 이는 건강을 질병 중심으로만 정의해 온 기준이 현실과 어긋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일상 유지가 가능한 상태와 ‘건강함’은 다르다
아프지 않지만 건강하지도 않은 상태의 핵심 특징 중 하나는 ‘기능은 유지되지만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
이 출근하고, 일을 하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인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일상은 종종 높은 비용을 전제로 한다. 충분한 회복 없이 하루를 버티고, 다음 날도 같은 방식으로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피로는 해소되지 않고 누적되며, 몸과 마음은 점점 더 둔감해진다. 이는 급격한 붕괴가 아니라, 서서히 진행되는 소모에 가깝다.
이러한 상태는 의료 시스템에서 포착되기 어렵다. 검사 수치는 정상 범위에 있고, 명확한 병변도 없다. 그러나 체감 건강은 지속적으로 낮아진다. 이 괴리는 개인에게 혼란을 준다. 스스로를 아프다고 말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고, 건강하다고 말하기에는 불편함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사람들은 이 상태를 ‘참아야 하는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피곤한 것은 당연하고, 개운하지 않은 몸은 현대인의 기본 상태처럼 인식된다. 이때 건강은 더 이상 회복의 상태가 아니라, 최소한의 기능 유지를 의미하게 된다.
아프지 않지만 건강하지 않은 상태가 확산되는 구조
이러한 상태가 확산되는 이유를 개인의 관리 부족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 현상은 현대 사회의 구조적 조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첫째, 삶의 리듬이 회복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 장시간 노동, 불규칙한 일정, 지속적인 디지털 자극은 신체와 정신이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가 일상화되면, 몸은 급성 질병 대신 만성적 불편으로 반응한다.
둘째, 건강에 대한 기준이 점점 더 수치와 기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검사 결과와 정상 범위는 건강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되지만, 체감 건강은 부차적인 요소로 취급된다. 이로 인해 불편한 상태는 ‘설명되지 않는 문제’로 남는다.
셋째, 건강 관리의 책임이 개인에게 집중되면서 이러한 상태는 더욱 은폐된다. 아프지 않지만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종종 나약함이나 관리 부족으로 해석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감당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러한 조건이 결합되면서 아프지 않지만 건강하지도 않은 상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생산되는 상태가 된다. 이는 특정 집단의 예외적 경험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점점 일반화되는 건강 상태다.
아프지 않지만 건강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증가는 건강을 바라보는 기준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질병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건강을 정의하는 방식은, 오늘날의 만성적 소모와 회복 부족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건강을 다시 회복과 안정의 관점에서 재정의하지 않는 한, 많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아프지도 건강하지도 않은 상태에 머물게 될 것이다. 이 상태를 개인의 문제로 남길 것인지, 사회적 신호로 해석할 것인지는 앞으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