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건강 담론에서 ‘정상 수치’는 안심의 기준처럼 사용된다. 심박수, 혈압, 수면 시간, 체중 등 다양한 지표는 정상 범위에 속하는지를 중심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상 수치 중심의 건강 인식은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스트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글은 왜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건강이 편안해지지 않는지, 그 구조적 배경을 살펴본다.

‘정상’은 언제부터 목표가 아니라 기준이 되었는가
의료와 건강 관리 영역에서 정상 수치는 본래 참고 지표에 가까웠다. 특정 질병을 진단하거나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기 위한 범위로 설정된 것이 정상 값의 출발점이었다. 즉, 정상 수치는 문제를 발견하기 위한 도구였지, 삶의 상태를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건강 관리 방식이 일상화되고 데이터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정상 수치의 의미는 점차 확장되었다. 정상은 더 이상 의료적 판단의 출발점이 아니라, 개인이 유지해야 할 상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정상 수치를 ‘허용 범위’가 아닌 ‘유지해야 할 목표’로 전환시켰다.
문제는 정상 수치가 고정된 기준처럼 사용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상 범위는 통계적 평균에 기반한 개념이며, 개인의 차이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일상에서는 이 유연성이 사라지고, 정상 여부가 이분법적으로 해석된다. 정상 안에 있으면 괜찮고, 벗어나면 문제가 있는 상태로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 전환은 건강을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는 조건으로 만든다. 정상 수치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게 되고, 작은 변화에도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정상은 안심의 기준이 아니라, 긴장을 유지해야 할 경계선이 된다.
정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불안을 일상화한다
정상 수치 중심의 건강 인식이 스트레스를 만들어내는 핵심 이유는, 정상 상태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점에 있다. 수치는 언제든 변할 수 있고, 일시적인 요인에도 쉽게 흔들린다. 그럼에도 정상은 마치 유지 가능한 고정 상태처럼 제시된다.
이 구조 속에서 개인은 자신의 몸을 항상 잠재적 이탈 상태로 인식하게 된다. 오늘은 정상일 수 있지만, 내일은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상시적으로 존재한다. 이 가능성은 건강에 대한 불안을 상시화한다. 불안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나타나는 감정이 아니라, 문제 가능성을 관리하는 상태로 전환된다.
또한 정상 수치는 비교를 전제로 한다. 평균과의 거리, 이전 기록과의 차이, 목표 수치와의 격차는 자신의 몸 상태를 상대적으로 평가하게 만든다. 이때 건강은 개인의 체감 상태가 아니라, 수치상의 위치로 정의된다. 몸이 괜찮다고 느껴도, 수치가 이상적이지 않으면 불안이 발생한다. 이러한 불안은 단순한 심리적 반응이 아니라, 반복적인 확인과 관리 행동으로 이어진다. 수치를 자주 확인하고, 작은 변동에도 즉각적인 조정을 시도한다. 이는 건강 관리의 주도성을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몸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정상 수치에 대한 집착은 건강을 안정시키기보다, 지속적인 경계 상태에 놓이게 만든다. 건강은 편안함이 아니라, 유지해야 할 조건으로 인식된다.
‘정상’ 중심의 건강 담론이 가리는 것들
정상 수치 중심의 접근은 측정 가능한 건강을 강조하는 대신, 측정하기 어려운 건강 요소를 주변화한다. 피로감, 정서적 안정, 회복의 질과 같은 요소들은 수치로 표현되기 어렵기 때문에 중요도에서 밀려난다. 그 결과 건강의 일부만이 전체를 대표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정상 수치는 사회적 조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 장시간 노동, 불규칙한 생활, 만성 스트레스 환경에서는 정상 범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어려움은 개인의 관리 부족으로 해석되기 쉽다. 정상에서 벗어난 상태는 개인의 실패처럼 인식되고, 구조적 요인은 가려진다.
이 과정에서 건강은 점점 더 개인화된 책임이 된다. 정상 수치를 유지하지 못한 이유는 개인의 선택과 관리 능력으로 환원되고, 그 결과 발생하는 스트레스 역시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이는 건강 문제를 사회적 조건이 아닌 개인의 태도 문제로 축소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결국 정상 수치에 집착하는 사회는 건강을 보호하기보다, 새로운 부담을 생성할 가능성이 크다. 정상은 더 이상 건강을 설명하는 언어가 아니라, 건강을 압박하는 기준으로 작동한다.
정상 수치는 건강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 삶의 상태를 규정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상에 집착하는 사회에서는 건강이 안정의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관리해야 할 조건으로 전환된다. 새로운 스트레스는 여기서 발생한다. 건강을 다시 편안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정상이라는 개념을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참고 지점으로 재위치시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